바쁘다는 말

바쁨을 벼슬 삼는 경우가 잦다. 적어도,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공간에서는 그렇다. 나도 바쁨을 무심과 무례의 프리패스 변명거리로 착각한 적이 있다. 바쁘다는 말이면 다 될 줄 알았고, 고민 없이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았다.

내가 아는 한, 바쁨의 근본적인 원인은 거의 내 결정/욕심/우유부단/무능력 중 하나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바쁨은 사랑하는/좋아하는/가까운 사람에게 무관심하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것, 사랑하지도/좋아하지도/가깝지도 않은 사람에게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자주 악용된다(더 심각하게, 누군가는 국회의원 신분으로 교통법규를 59번 위반하여 236만원의 과태료를 납부한 과거에 대한 변명이랍시고 바쁨을 들먹이기도 함).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놓쳤을 경우, “너무 바빴어.” 또는 “정신 없었어.” 보다, “관심 밖이었어.” 또는 “중요하지 않았어.” 라고 말하는 것이 적어도 비겁하진 않고, 더 비겁하지 않으려면 관심 밖에 두어 중요하지 않게 생각할 일을 욕심내어 만드지 말아야 한다.

바쁘다는 말. 이것에 관해 우리는 굉장히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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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ght Tennis

어제 잠을 거의 자지 못해, 컨디션이 난조였다. 야간 테니스는 꽤 무리일 것 같았지만, 쪼매 털고 싶은 감정이 있어 무리를 해봤다. 테니스를 치던 중 막바지에 경쾌한 “탕~” 소리와 함께 줄이 끊어졌다. 기분 좋은 소리였고, 뭔가 털어냈다는 신호처럼 (내맘대로) 느껴졌다.

내가 참 좋아하는 Yoon 선생님께 코트로 오는 길에 했던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자신을 스스로 기분 좋게 만드는 것도, 능력이다.” 라셨다. 의미심장했다. 1년 6개월 전 쯤, 나는 털어버려야 할 것을 털지 못하고 쌓아두다 테니스를 치던 중 감정이 터져, 같은 코트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엉엉 소리내어 운 적이 있다. 나는 그 때 내 옆에 계셨던 Yoon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다. 적어도 그 때보다는 ‘스스로 기분 좋게 만드는 능력’이 내게 생겼나보다. 이제는 마음 같지 않은 일이 생겨도, 누군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무덤덤하게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걸보니.

하지만 한편, 누군가의 도움이 점점 필요하지 않게 되는 것이 씁쓸하다. 투덜투덜하면서도 어깨를 내주고, 애써 괜찮은 척 새침하게 기대고, 그렇게 그렇게 지내는 건데. 주는 도움이든 청하는 도움이든 마음 밖으로 꺼내는 것에 점점 신중해 진다.

그나저나, Yoon 선생님께서 페더러 스따일로 줄을 매어주신다고 라켓을 들고 가셨는데, 줄 바꾸고 완전 페더러 되면 우짜지? 낄낄낄

https 접속 차단과 연대 입학 취소

정부가 지난 12일부터 불법 음란, 도박 사이트 등 800여 개 접속를 차단했다. 도메인 https로 시작하는 보안 사이트 접속을 위해 정보가 전송되는 과정에서, 정보 암호화 직전에 SNI(Server Name Indicator)을 이용해 선별된 불법 사이트를 차단한 것이다.

1. 실효성 없는 수단 통제

접속 차단 대상 사이트 중에는, 우리나라 외 다른 나라 (북한, 중국, 러시아스러운 나라 제외)에서 제한 없이 이용 가능한 사이트가 포함되어 있다. 몇몇 사이트 내에는 합법적인 정보도 있고, 일부 나쁜 이용자들이 업로드 한 불법 정보도 있다. 정부는 일부 나쁜 이용자들의 불법 정보 유통을 막기 위한 직접적인 방안이 아닌, 전 국민의 사이트 접속을 전면 금지하는 방법을 내놓았다. 선박을 통한 마약 밀반입을 막자고 국내 선박의 이용을 전면 금지하거나, 보이스피싱을 막자고 전 국민의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가 있다면 ‘문제점 제거’를 위한 직접적인 방안을 고민해야지, ‘악용되는 수단’ 이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해서 문제와 관련 없는 이용자의 권리까지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모양새만 봐도) 타당하지 않다.

마약 등 불법 물품을 판매하는 암시장 웹사이트 실크로드가 문제된 적이 있는데, 2013년 7월까지 실크로드 이용자 수는 95만 7079명이었다. 미국 연방수사국은 최고 수준의 해커들을 고용해 실크로드의 서버 엑세스에 성공하여, 웹사이트 소유자 로스 윌리엄 올브릭트를 체포했다. 직접적인 문제점 제거 방법의 예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특유의, 공인인증서, Active-x도 마찬가지다. 많이 줄었지만, 아직도 공인인증 절차 또는 Active-x를 요구하는 경우가 꽤 있다 (ex.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 그 때마다, 나를 포함한 선량한 이용자에게 쓰잘데 없는 번잡한 절차를 위한 시간과 노력만큼 이 방안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이 든다.

2. 간단한 우회 방법

정부가 https 차단 조치를 했지만, (1) VPN을 뚫어 차단 대상 사이트에 접속하는 것은 간단하고, (2) 차단 대상 사이트에 정상 접속할 수 있는 code를 심은 새로운 웹 브라우저 ‘문 브레이커’가 개발되어 이미 시중에 배포됐다 (이보다 훨씬 간단한 방법도 많다). 이처럼 새로운 ‘수단’을 만들어 내는 건 너무나 간단한 세상이다. 실효성 없는 대책이 시행될 때마다 합법적 정보 이용자만 권리를 제한받고, 아는 사람만 계속 알고 모르는 사람은 계속 모르게 되어 이용자간 정보 격차는 심해진다.

3. 부작용

이와 관련한 부작용이 연대 입학 취소 사건이다 (» 관련 기사). 금융 당국은 보이스피싱을 막기 위해(?) 1회 100만원 이상 계좌에 입금된 후 일정 시간 동안 후속 계좌이체가 되지 않도록(??) ‘이체 지연 제도’를 도입했다. 연대 컴공과 합격 통지를 받은 학생의 어머니는 입학금을 누군가로부터 이체 받은 후, 계좌이체에 미숙했던 것을 우려해 우체국 직원에게 입학금 이체를 부탁했다. 부탁받은 우체국 직원은 그 계좌에 30분의 이체 지연 제도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몰랐고, 이체 처리된 것으로 오인했다(내 계좌에 이 제도가 적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알고 있는 국민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이체 처리가 되지 않았고, 우체국에서 문제된 일을 책임지겠다고 했음에도 해당 학생은 입학금 미입금으로 합격 취소됐다.

그따위 대책으로 보이스피싱이 줄어들거라 기대했다는 것이 우습고, 보이스피싱과 관계 없는 선량한 이용자가 의도치 않게 불편을 겪은 것도 모자라 어린 나이에 큰 상처를 입은 것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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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 관한 생각 w/Hoya

나의 Apple watch activity 겨루기 경쟁자이자, 꽤 오랜 시간 내 소중한 머리카락을 전적으로 맡기고 있는, 1인 미용실 호야즈룸 (» 블로그)의 호야 행님과 스타벅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 한국 스타벅스의 구린 서비스

한국 스타벅스에서는 고객이 음료를 마신 후 빈 잔을 직접 반납하는 것이 의무인 것처럼 여겨진다. 한국 이외 다른 나라 스타벅스에서는 고객이 음료를 마신 후, 빈 잔을 테이블에 두고 자리를 떠난다. 유사 문화권인 아시아 내, 중국, 일본, 태국 역시 같다. 다음 고객을 위해 테이블을 정리하는 것은 음료 가격에 포함된 서비스 charge를 받는 스타벅스의 직원 몫이지, 원가 10배 이상의 가격을 지불하고 음료와 서비스를 제공 받는 고객이 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 내 스타벅스 외 다른 브랜드도 비슷하다. 하지만, 스타벅스만큼 음료 가격이 고가인 곳이 흔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 그렇다 해서 그러려니 할 수는 없다.

스타벅스의 창립자이자 전 CEO, 하워드 슐츠가 쓴 책 “온워드”에서는, 스타벅스를 단순히 음료를 파는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고객이 음료를 매개로 바리스타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편안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슐츠 형이 했던 노력과 시도를 소개하고 있다. (다른 브랜드 카페와 달리) 진동벨을 사용하지 않고 고객의 이름을 부르는 문화, 음료를 제조하는 바리스타와 이를 기다리는 고객이 눈맞춰 대화할 수 있도록 커피 머신이 놓여진 높이를 낮추는 것 등이 그 예다.

그런데 한국 스타벅스에서는, 실제 매장을 찾는 고객 수에 비해 매장의 인적/물적 인프라가 협소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차라리 진동벨을 쥐어줬으면 좋겠다 싶을 만큼 매장 내가 소란스럽고, 아주 바삐 음료를 제조하는 바리스타에게 쓸데 없이 시시껄렁한 말을 걸었다가는 오해를 살 것이 자명하며, 다른 나라의 스타벅스에 비해 음료 가격이 저렴한 것도 아니면서 고객은 빈 잔을 직접 반납할 것을 은근히 강요받기까지 한다.

  • 한국 고객의 몰상식한 비난

2018년 4월 12일 개점한 스타벅스 노량진 점에 관해 뜨거운 논란이 있었다. 카공족 (카페에서 공부하는 종족?)으로 애를 먹을 것을 우려한 스타벅스 측에서 노량진 점에 공부 용도로 적합하지 않은 책상과 테이블을 배치하고 콘센트 개수를 최소화 (4개) 했기 때문이다. 카공족 및 일부 네티즌은 ‘콘센트 없는 구둣방 책상’이라며 맹비난했고, 스타벅스 노량진 점은 결국 테이블을 교체하고 추가 콘센트를 설치했다.

국내에서 높은 매출과 수익을 얻고 있는 대형 기업이라 해서 공익적인 역할을 할 법적/도덕적 의무는 없다. 세금만 따박따박 잘 내면 그만이다. 스타벅스는 시립 도서관도 아니고, 국립 대학 내 도서관도 아니고, 심지어 절도 교회도 아닌 영리 목적의 기업이니, 카페의 근본적인 이용 목적인 ‘음용과 대화’가 원활하도록 가격에 걸맞는 음료와 서비스만 제공하면 충분하다. 그럼에도, 매장 내 가장 목 좋은 자리에 가방 두고 점심먹으러 다녀오거나, 옆 테이블에서 음용과 대화 중인 다른 고객을 가자미 눈을 하고 야리(?)는 일부 카공족은 스타벅스를 향해 몰상식한 비난을 한다.

심지어 요즘은,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을 줄이기 위해 텀블러 사용을 권장하다보니, 이를 악용해서 빈 텀블러를 매장에 갖고 들어와 음료를 주문하지 않고 하루 종일 앉아 있는 카공족도 늘었다고 한다 (부들부들).

  • 결론

구린 서비스에도 불구하고 좋으면 가면 되고, 몰상식한 비난을 할거라면 가지 않으면 된다. 각자의 선택이고, 간단하다. 그런데 왜 우리는 쓸데 없이 분석(?)하며 열띤 토론을 하고 있지?

일의 기쁨과 슬픔 – 알랭드보통 (여레, 2009)

이 책의 가장 앞 장은, 알랭드보통이 한국 독자들에게 쓴 편지다. 그는 화성인이 지구에 찾아와 지구인을 이해할 요량으로 문학 작품들을 쭉 읽어본다면 아마도 지구인 모두가 사랑에 빠지고, 가족과 싸우고, 이따금씩 서로를 죽이며 모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특별한 인상을 받고 지구를 떠날 것이라고 했다. 우리가 정작 아주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일”인데, “일을 표현한 문학”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나무위키에 따른 “문학”의 정의는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예술“이다. 적어도 나와 내 지인들은 일하거나, 일하러 가거나, 일 생각하거나, 일하러 가기 위해 준비하는데, 최소 하루의 절반, 깨어 있는 시간의 80%를 쓴다. 심지어 일하기 위해 자거나, 먹거나, 휴식을 취하는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 문학에서 다루는 인간에 관한 주제는 대부분 사랑, 이별, 가족, 친구, 역사, 범죄, 불륜, 출생의 비밀(?)이다.

그래서 알랭드보통은 이 책을 통해 일하는 세계의 아름다움, 권태, 기쁨 그리고 가끔씩 느껴지는 공포에 눈을 뜨게 해주고 싶다고 했다. 나는 그의 참신한 도전정신에 감명 받아, “일이 문학의 주제가 되지 못할 것은 또 뭐냐?!”며 이 책을 읽었다. 슬프게도, 일의 세계를 묘사한 문학인 이 책은 (알랭드보통의 책으로 아주 드물게) 핵노우잼이었다. 이 책의 출간 후 10년 째 알랭드보통은 일에 관한 책을 쓰지 않고 있다.

아직까지 “일”은 생계 유지 수단으로써의 의미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인간의 사상과 감정이 엮일 것이 딱히 없어 문학의 주제로 가치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나는, 아직은, 내 시간의 대부분을 잡아 먹는 “일”에 관해 사상과 감정을 전적으로 배제하고 기계처럼 하는 것이 유일한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죽을 때까지 일할 생각이고, 내게 생계 유지가 일하는 유일한 목적이 아니라면, 느리게 가거나 이따금 실패하고 좌절하고 배신당하더라도, 내 사상과 감정도 쪼매 엮어 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것이 내 딴에는 뉴 트렌드(?)라 생각한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코너에 이 책이 “핫한 고전”으로 올라올 지 누가 알겠노. 드라마 미생이 히트쳤듯. 그렇다해도 아직 누군가에게 선물은 못하겠다.

인체재활용 – 메리로치 (세계사, 2010)

오래 전에 부검에 참관한 적이 있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시체를 본, 처음이자 (지금까지의) 마지막 경험이었다. 부검 대상은 전날 새벽에 자택에서 돌연사한 30대 후반의 건장한 남성이었다.

남성은 사망하기 몇 시간 전, 첫째 아이를 임신한 아내와 부부 싸움을 했다. 아내가 바퀴벌레를 발견하고 남편에게 잡아달라고 부탁했지만, 그가 부탁을 들어주지 않자 언쟁으로 번져 부부 싸움을 하게 된 것이다. 아내는 안 방으로, 남성은 컴퓨터가 있는 작은 방으로, 각자 들어갔다. 다음 날 아침, 아내는 작은 방 컴퓨터 의자에 앉은 채 그대로 뒤로 꼬꾸라져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남성은 이미 사망해 있었고, 아내가 경찰에 신고했다.

남성에게는 자살 시도의 흔적 등 외상이 전혀 없고, 평소 앓던 심각한 지병도 없었다. 사인 규명을 위해 유족의 동의 하에 부검을 실시했다. 부검에는 적어도 한 명의 유족이 참관해야하므로, 남성의 처남이 참관했다. 나도 바로 옆에서 부검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아주 아주 상당한 인내심이 필요했다.

먼저 개복하여 오장육부 등을 확인하고, 머리를 열어 뇌를 꺼낸 후 뇌를 얇게 절단하여 특이 사항을 확인하는 것 같았다. 부검을 시작한 지 1시간 이상 지났고, 사인은 뇌출혈로 밝혀졌다. 이후 부검의를 통해 들은바로는, 혈압 상승 등 요인으로 셀 수 없이 많은 뇌혈관 중 한 곳에 출혈이 발생하면, 혈액이 유입되면 안되는 부분에 혈액이 퍼져 그 압력 탓에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경우에 따라 짧게는 1시간, 길게는 5시간 이후 사망한다고 한다. 남성은 아내와 부부 싸움을 하고 혼자 작은 방으로 들어간 후, 새벽 1시 경 뇌출혈이 발생하여 그로부터 약 3시간 후 사망한 것으로 추정됐다.

만약 부부가 같은 방에 있었다면, 남성은 뇌출혈이 발생했더라도 3시간이 경과하기 전에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었다. 부검의는 출혈 후 사망 전에 응급처치를 할 경우 생존가능성이 있는 케이스라고 했다. 나아가, 수사 결과, 남성에게 뇌출혈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새벽 1시 경, 남성이 컴퓨터로 음란 동영상을 시청한 IP 접속 기록이 발견됐다. 부부가 싸움을 하지 않았거나 컴퓨터가 없는 안 방에 부부가 함께 있었다면, 남성에게 뇌출혈 자체가 발생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 될 수 있다. 이제와 이런 가정 따위는 전혀 의미가 없다 생각할 수 있지만, 남아있는 누군가에게는 평생 지울 수 없는 죄책감 또는 상처가 될 수 있는 문제였다.

이 책은 시체의 무한한 활용도, 시체를 활용한 획기적인 연구 결과, 시체 실험이 우리 생활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 등을 소개하며, 시체는 망자가 남기고 간 양말과도 같은 물건일 뿐이므로 망자의 존재와 철학적으로 연관 지어서는 안된다는 메세지를 던진다. 시체를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다양한 기술의 큰 발전에 기여할 수 있어, 우리의 삶이 훨씬 윤택해 질 수 있다는 논리다. 쉽게 말해, 막 써도 되고, 그래야만 한다는 뜻이다. 책을 읽고 보니 실제로 내가 상상했던 것 훨씬 이상으로 시체가 활용되어 왔고, 앞으로도 시체를 활용할 수 있음은 분명하다.

“시체”라는 단어가 5천 번은 나온듯 한 이 책을 읽는 동안, 부검 참관시 내 시야에 들어온 장면이 또 다시 눈 앞에 자주 그려졌다. 상세 부검 과정을 알아버린 이상 “소중한 사람 또는 내 자신의 부검에 동의할 수 있겠냐?”라는 질문에 절대 선뜻 “Yes!”라 답할 수 없는 것으로 봐서, 이 책의 메세지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아직 나는 존재와 신체의 철학적 연관성을 무시할 수가 없다. 부검 참관은 값진 경험이었지만, 한편 모르는게 약이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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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hley Madison과 간통죄

애슐리 매디슨 (Ashley Madison)

 

  • 정의: 혼외 만남 주선 서비스

 

  • 설립
    • 설립년도: 2001년
    • 본사 소재지: 캐나다
    • 슬로건: “인생은 짧습니다, 바람을 피우세요.(Life is short, have an affair.)”

 

  • 한국 서비스 개시 및 중단

 

  • 한국 서비스 재개
    • 2015년 2월, 간통죄가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 결정을 받아 폐지 (후술)되면서 한국 서비스 재개
    • 재개 후 2주 만에 한국 가입자 수 10만 명 돌파
    • 재개 후 2개월이 되던 시점에 애슐리 매디슨이 공개한 한국 가입자 수 약 20만 명
    • 애슐리 매디슨은 위 성장 속도에 비추어, 2020년에는 50개국 이상의 서비스 대상 국가 중 한국이 Top 3에 들 것으로 관측
    • 방송통신위원회는 재개 이후, “애슐리 매디슨 사이트 내 성매매 등 불법 정보가 발견되지 않았다.“라는 의견을 밝혔고, 애슐리 매디슨의 크리스토프 크레이머 총괄은 방한 중 “헌법재판소에서 간통죄 위헌결정을 한 것은 한국 사회의 기대치를 반영한 것이고, 애슐리 매디슨을 차단한다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구글과 페이스북도 차단해야한다.“고 주장 ( » 관련 기사)
    • 현재 서비스 운영 중

 

  • 사이트 해킹 사태
    • 시기: 2015년 7월
    • 주체: 해커 집단 임팩트 팀 (Impact Team)
    • 규모: 약 37만 명 전세계 가입자 상세 개인 정보 (성명, 주소, 나이, 전화번호 성적 취향 등) 유출
    • 목적: 임팩트 팀의 요구는 애슐리 매디슨 사이트 영구 폐쇄
    • 다음은 임팩트 팀이 공개한 가입자 분포도

 

간통죄 위헌 판결

 

  • 간통(姦通)죄
    • 규정
      • 구 형법(1953. 9. 18. 법률 제293호로 제정된 것) 제241조 ①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
    • 주체
      • 법률상 배우자 있는 자 및 그와 상간(相姦)한 자
      • 상간자의 배우자 유무 불문
      • 상간자에게도 법률상 배우자 있을 경우 이중간통
    • 행위
      • 간통
      • 남녀의 성기가 결합한 때 기수 (성립) – 사정(射精) 불요
      • 미수범(未遂犯) 처벌 규정 없음

 

 

  • 간통죄 위헌법률심판의 역사
    헌법불합치: 위헌 의견의 일종. 위헌 결정에 따른 즉시 무효화로 인한 법률 공백과 사회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대상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존속시키는 것
    • 2015년 2월 26일, 간통죄 시행 62년 만에 폐지 (1953. 9. 18. 제정 형법부터 존재)
    • 2008년 옥소리·박철 부부 사건의 경우, (헌법불합치 포함) 위헌 의견 (5인)이 합헌 의견 (4인)보다 우세했으나, 위헌결정을 위한 정족수 (6인)에 미치지 못하여 합헌결정

 

  • 위헌 의견의 주요 내용
    • 비도덕적인 행위라 할지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사생활에 속하고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거나 구체적 법익에 대한 명백한 침해가 없는 경우에는, 국가권력이 개입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여서 전세계적으로 간통죄가 폐지되고 있음
    • 현재 간통으로 처벌되는 비율이 매우 낮고, 간통행위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낮아져, 간통죄는 행위규제규범으로서 기능을 잃어가고 형사정책상 일반예방 및 특별예방의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게 됨
    • 부부간 정조의무 및 여성 배우자의 보호는 간통한 배우자를 상대로 한 재판상 이혼 청구, 손해배상청구 등 민사상의 제도에 의해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될 수 있음
    • 따라서, 간통죄 조항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하여 국민의 성적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됨

( » 결정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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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커밍 – 미셸 오바마 (웅진지식하우스, 2018)

유명인의 자서전 출간 소식에, “무슨 의도에서?” 라거나, 심지어 “직접 쓰긴 했을까?” 라고 생각하는 것이 비정상은 아니라 생각한다. 실제로 책 출간을 핑계로 여기저기 출판회 등을 열며 새 정치 행보의 발판으로 삼는 모습이 낯설지 않고, 유명인의 책이 대필된 사실이 들통나 논란이 된 적도 꽤 있기 때문이다.

미셸 오바마의 자서전이 출간된다는 소식이 세간에 알려지고부터, 차기 대선후보가 되기 위한 발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미국의 퍼스트레이디도, ‘전과자 출신 무일푼 막노동꾼’도, 순수하게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타인에게 들려주고 싶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소통하고자 하는 것은 본능이고, 누구에게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는 각자가 선택할 문제니까. 그래서 특별한 의도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담아낸 것이라 믿고, 의심 없이 읽었다 (이은대씨가 자신을 ‘전과자 출신 무일푼 막노동꾼’이라 소개하며 글쓰기를 예찬하는 내용을 쓴 책 [» 내가 글을 쓰는 이유]).

미셸 오바마는 책 속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하기로 선택하든, 사람들 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실망시킬 게 분명했다. 내 모든 행동과 표정은 수 많은 방식으로 다양하게 해석될 터였다.“라고 말한다. 내 해석에 의하면 ‘사람들은 어차피 지들 생각하고 싶은대로 생각한다’는 말 같다. 긴 시간 동안 상상하기 힘든 정도의 주목을 받으며, 별 뜻 없이 또는 선의로 한 일에 붙는 얼토당토 않은 비판에 통달한 느낌이었다. 당연히 자서전 출간에 대한 비판을 예상하지 않았을 리 없다.

이 책에는 미셸 오바마의 (1) 두 딸을 둔 워킹맘으로서, (2) 거대 정치인의 아내로서, (3)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로서의 삶이 담겨 있다. 미디어를 통해 보이는 화려한 모습 뒤의 인간적인 삶과 아름다운 노력이다. 미셸 오바마는 퍼스트레이디 시절의 자신을 “물밑에서 쉴 새 없이 다리를 젓고 있는 백조“라 표현하는데, 마음으로 와 닿았다.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 같다. 한 사람의 말과 행동이 거대한 것을 대표하거나 상징적인 의미를 갖게 될 경우는 더욱 그렇다. 국가를 대표하고 손 끝 움직임 하나에도 상징적인 의미가 부여되는 것은, 개인이라는 작은 존재에 얹어지는 너무나 버거운 짐으로 보인다. 산처럼 쌓인 봇짐을 맨 당나귀처럼. 그런 시간을 보낸 것이 참 대단하다.

미셸 오바마는, 버락 오바마를 차기 대선후보 물망에 올려주었을 뿐만 아니라 벼락 스타로 만들어준,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기조연설을 보면서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그 순간에 나는 그가 어쩌면 정치를 그만두고 나와 아이들하고만 머물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접었다.”

17분 짜리 연설이 도대체 어땠길래 궁금해 찾아 봤다. 세상에. 버락을 벼락 스타로 만들고도 한참 남을 정도다.

 

PACS (Pacte Civil de Solidaritè, 팍스)

 

정의

 

  • 시민연대계약 (Pacte Civil de Solidaritè, Cilvil Solidarity Pact)
  • 프랑스에서 시행 중인 이성 또는 동성 성인 간 결합제도
  • 사실혼과 법률혼 사이의 새로운 결합 형태

 

도입

 

  • 1999년 11월 15일, French Civil Code(프랑스 민법)에 명문화하는 것으로 최초 도입
  • 도입 당시 Pacs 법안의 주된 목적은, 동성 커플에게 부부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인정해주는 것
  • 2013년 프랑스의 동성 혼인이 합법화 되면서, 당초 목적과 달리 현재는 이성 커플이 Pacs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짐

 

현황

 

  • 파리 일간지 <르몽드>에 의하면, 매년 55만 쌍의 커플이 동거하고, 24만 쌍이 결혼하고, 16만 쌍이 Pacs를 함
  • 2017년 기준, 프랑스 전체 출생아 중 법률혼 외 관계(Pacs 또는 사실혼)인 커플 사이에서 태어난 출생아의 비율은 절반을 넘는 59%
  • Pacs를 위해서는 법원 등록이 필요했으나, 2017년 11월부터 주거지 관할 시청에 신고하는 것으로 절차가 간소화 되는 등, 정부는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Pacs를 장려하기 시작

요건

 

  • 결격사유
    • 중혼 금지: 법률혼 상태이거나 이미 다른 사람과 Pacs한 자
    • 근친혼 금지: 혈연 관계인 커플
    • 미성년자
    • 후견인의 동의 또는 법원의 허가를 받지 못한 피후견인
  •  외국인
    • 프랑스 국민과 Pacs 가능
    • 외국인에게는 일반적으로 체류증이 발급되나, 결혼에 비해 엄격한 요건 하에 발급하므로, 발급에 수 개월이 소요되는 경우 있음
  • 나이 차이 제한 없음 (2017.3.8. No.16-18195 판례)

 

절차

 

  • 신청서 (» 신청서 양식)와 함께 Pacs 계약서, 신분증 사본 등 첨부서류를, (1) 주거지 관할 시청에 제출하여 신고하거나, (2) 공증사무소의 공증을 받음

 

효과

 

  • 세제 혜택: 혼인한 부부와 동일한 세제 혜택 받음 (Pacs 양 당사자는 부부와 동일하게 공동 납세 의무 부담)
  • 사회 보장 혜택 : 주거지 우선 배정 혜택 등의 사회 보장 혜택을 혼인한 부부와 동일하게 받음
  • 증여세/양도소득세 할인: Pacs인 양 당사자 사이의 증여 및 재산 양도에 대한 증여세/양도소득세 할인
  • 휴가: 프랑스 노동법에 따르면 Pacs를 한 경우 4일의 휴가를 신청할 수 있고, 사용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할 수 없음

 

종료

 

  • 양 당사자 합의 하에 언제든 즉시 Pacs 종료 가능 (이혼을 위한 숙려 기간 등 복잡한 절차 없음)
  • 일방 당사자가 Pacs 종료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법관의 판단을 받아 종료 가능
  • 유책 배우자의 손해배상책임 발생하지 않음
  • Pacs 종료 후 양 당사자는 자녀에 대하여 각자 양육 책임을 부담

 

혼인과의 주요 차이점

 

  • 성 유지: 결혼한 여성은 배우자의 성을 따르게 되나, Pacs의 경우 각자의 성을 유지
  • 계약의 자유: Pacs 계약서 조항은 신청시 양 당사자가 자유로이 정할 수 있고, Pacs 중 양 당사자 합의 하에 언제든 수정 가능 (다만, 시청 또는 공증사무소에 변경신고 필요)
  • 완전별산제: Pacs 계약서에 달리 정하지 않는 한, 원칙적으로 각자의 개산은 개인에게 귀속됨
  • 입양 금지: Pacs인 커플의 입양은 금지됨
  • 연금 혜택 제한: 부부 일방의 사망시 사망자의 연금은 잔존 배우자에게 귀속되나, Pacs 일방 당사자 사망시 잔존 당사자는 사망자의 연금에 대한 권리 없음 (Pacs 커플에게 질병이 있는 아이가 있더라도 동일)
  • 상속권 제한: Pacs 커플은 파트너의 재산에 대한 상속권이 없고, 부부와 동일한 상속권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해당 내용을 기재한 유언장 필요

 

*     *     *     *     *

The Men Who Built America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말을 꽤 들었지만, 그 말이 왜 생겼는지 궁금해 본 적이 없다. 8부작으로 된 이 다큐멘터리는, 아메리칸 드림의 참뜻을 알게 했다. 다큐에는 5명의 ‘거인’이 등장한다.

  1. Cornelius Vanderbilt – Railroad
  2. John D Rockerfeller – Oil
  3. Andrew Carnegie – Steel
  4. JP Morgan – Electricity
  5. Henry Ford – Car

19세기 중반부터 약 한 세기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해서 초강대국이 된 미국의 변화를 담은 이 다큐를 보면, 위 거인들의 ‘미래에 대한 통찰력’과 ‘압도적인 추진력’에 놀란다. 그리고 사업가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을 다듬게 된다. 내가 택한 직업을 보면, 어릴적 나는 안정성을 중요한 요소로 삼았나본데, 그와 달리 세상의 변화와 흐름을 직감해서 자신의 판단력을 믿고, 불안정성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쟁 시장에 직접 뛰어든 사람들의 담대함은 존경스럽다.

사회가 과도기일수록, 혁신적인 변화를 창조하는 사업가라는 직업이 각광 받는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는 6-70년대 이후 지금, 두 번째 큰 과도기를 겪고 있나보다. 우리 세대에서 스타트업 문화가 급속도로 팽창하는 것을 보면 그런 생각이 든다. 젊은 세대에 속하는 나도 따라잡기 버거울 만큼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는게 느껴진다.

고 정주영 회장은 1940년, 자신의 첫 사업이었던 쌀가게를 중일전쟁으로 인한 쌀 배급제가 실시되면서 정리하고, 아현동에 ‘아도 서비스’라는 자동차 수리 공장을 3,500원에 공동 인수했다. 고 정주영 회장은 아도 서비스가 개업 25일만에 화재로 전소한 뒤, 3,500원을 차용하여 신설동 뒷골목에 작은 대장간을 빌려 자동차 정비공장을 차렸다. 이것이 주식회사 현대자동차의 뿌리라 한다. 지금 내가 집착적으로 구글링을 해야 찾아낼 수 있는 수많은 신생 스타트업 중, 내가 백발인 때가 오면 현대자동차 보다 더 위대한 기업이 되어 있을 회사가 적지 않겠지. 그 때 이 사회는 어떻게 변해 있을까.

엄마가 가끔 “낄낄”하시며 내게 보여주시는 흑백사진이 있다. 하얀 고무신을 신고 보자기 가방을 멘 친구들 사이에서, 이장님 댁 첫째 딸이었던 엄마만 유일하게 (읍내에서 공수한) 샌들을 신고 (어떻게 구했는지 의문스러운) 대한항공 크로스 백을 멘 초딩시절 사진이다. 사진 속 꼬마 엄마의 표정에서 엄마가 가진 아이템들의 위상이 느껴진다. 당시 엄마의 샌들과 크로스 백은 지금으로 따지면 자율주행차에 버금가는 혁신이었단다. 나는 30년 뒤에 아이들에게 무슨 사진을 보여주면서, 어떤 말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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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회고

이벤트

  • 휴식: 30년만 인생 전환기
  • 두 번의 방이동: 이별은 새로운 관계의 시작일수도
  • 이사 및 홈 인테리어: 집에서 만큼은 긴장을 내리고

입문

  • 맥북 프로: 20세기 이후 최고의 발명품
  • Tom’s lesson: 인생의 활력소이자 생각의 단초
  • 테니스 클럽: 무지 잼
  • 독서 모임: 나와 다른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들
  • 전동킥보드: 헬멧도 안 쓴 프로킥라니
  • E-book: 더이상 책을 보관할 곳이 없어서
  • 5시 기상 패턴: 16시부터 심신이 미약

여행

  • 홍콩: 시간이 멈추길 바라던 시간
  • 제주도: 갈 때마다 하는 생각이지만 이렇게 예뻤나

  1. 7년의 밤 – 정유정 (2016)
  2. 행복 – 법륜 (2016)
  3. 태도에 관하여 – 임경선 (2018)
  4. 인생학교: 섹스 – 알랭드보통 (2013)
  5.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드보통 (2013)
  6. 사랑의 기술 – 에리히프롬 (2015)
  7. 여덟 단어 – 박웅현 (2013) [» 서평]
  8. 기사단장 죽이기 1 – 무라카미하루키 (2017)
  9.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 – 임승수 (2016)
  10. 타이탄의 도구들 – 팀페리스 (2017)
  11. 오피스리스 워커 – 박용후 (2018)
  12. 나는 4시간만 일한다 – 팀페리스 (2017)
  13. 디지털 노마드 – 권광현, 박영훈 (2017)
  14. 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2013)
  15. 심리 조작의 비밀 – 오카다다카시 (2016)
  16.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인상주의 – 진중권 (2018)
  17. 인체재활용 – 메리로치 (2010) [» 서평]
  18. 사피엔스 – 유발하라리 (2015)
  19.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2015) [» 서평]
  20. 권력의 법칙 – 로버트 그린 (2009)
  21. 비커밍 – 미셸오바마 (2018) [» 서평]
  • 2019년 예정
    • 코스모스 – 칼세이건
    • 화폐전쟁 – 쑹홍빙
    • 명상록 – 아우렐리우스
    • 기사단장 죽이기 2 – 무라카미하루키
    • 생각의 탄생 – 로버트루트번
    • 정의란 무엇인가 – 마이클센델
    • 총균쇠 – 제레드다이아몬드
    • 군주론 – 마키아밸리
    • 남자의 자리 – 아니에르노
    • 앵무새죽이기 – 하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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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소와 합격

나는 대청소를 갑작스레 한다. 계획하지 않고, 정기적인 것도 아니다. 대청소의 때가 왔다는 신호가 하나 있는데, 얼마 전에 산 물건과 같은 것을 집에서 우연히 발견하곤 “뭥미?”하며 화들짝 놀랄 때다.

이 신호에 따라 집을 싹 갈아엎으면, 갖고 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하면서 “내꺼”라고 욕심 내어 이름 붙여 둔 수많은 물건이 쏟아진다. 내가 주제 넘게 너무 많은 것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 해가 넘어갈수록 기억력은 감퇴하지만 물건은 많아지니, 내꺼인 듯 내꺼 아닌 내꺼 같은 물건 수는 배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최근 대청소를 하면서, 고시 공부하던 시절에 사용한 냉장고만한 지갑을 발견했다. 그 속에 어릴 적 가족사진이 있었고, 뒷면에는 “합격”이라는 메모가 있었다. “뭐잉미?”했다.

나는 이 지갑이 내 서랍 속에 있었다는 사실과 함께, 7년 전의 내가 그 지갑 속 사진에 담았던 간절함과 절실함도 다 잊었다. 나는 그 시절, 지금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큰 간절함을 갖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토록 간절하게 바라던 것을 얻게 되면 세상 모든 것에 대한 감사함을 기억에 담게 되지만, 그것도 잠깐이다. 곧 사라진다.

요새는, 물건이야 스마트 월렛, e-book 등을 활용해서 물리적 공간 없이 보관할 수 있고, 그 존재가 기억에서 사라지더라도 tag 등 기능이 있어 찾아내기 쉽다. 그런데, 물건 아닌 감정은 (1) 감정의 매개가 되는 물건을 잘 보관하지 못하거나 (2) 그 매개 사실 조차 완전히 잊게 될 경우, 영원히 찾아낼 수 없다.

내가 이 지갑을 버렸거나, 합격이라는 메모를 보고도 이게 뭘 의미했었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지경이 되었다면, 나는 두 번 다시 그 때의 간절함을 떠올리지 못했을테니까.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문학동네, 2015)

Yang의 추천으로 이 책을 손에 쥔 후 닷새 만에 독파. 이 책의 프롤로그의 표제는 “인간 혐오”다.

아마 2년 전의 내가 이 책을 읽었더라면, 지금의 나처럼 미간을 쫙 수축하고 “후..” 하며 격한 공감을 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최근에야 나는 나 자신과 인간에 대한 깊은 고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동안 여러사람들과 쉽게 어울리는 ‘능력’을 가진 모나지 않은 사람인 ‘척’하고 살았다. 사회가 정의하는 일반적인 사람이 되고 싶은 욕심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꽤나 많은 일반적인 사람의 요건을 정하고, 그에 벗어나는 사람을 ‘유별나다’고 한다. 유별난 사람으로 보이지 않기 위한 나의 노력(척)으로 실제의 나와 내 겉모양 사이의 간격이 점점 벌어졌고, 그것이 타인과의 갈등을 만들기 시작했다. 실제의 나는 내 겉모양에 대한 타인의 기대를 충족하기에 한참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점점 실제의 나처럼 살기 시작했다. 척이 만들어낸 내 겉모양이 진짜 내 모습인 것으로 믿었던 사람들은, 갑자기 드러난 내 실제 모습에 적잖이 실망했고, 심지어 불쾌해 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가끔은 사람을 실망시키고 불쾌하게 만드는 내가, 진짜 나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그런 측면에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이 담겨있다. 한 사회 속 구성원인 이상 불쾌한 진실 앞에서도 모나지 않은 사람인 양 맞춰가며 살아가야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 속에서 (개인주의와 같은)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는 것은 의미있다는 메세지다.

이 책에서는 국민 행복지수 조사에서 매번 상위권에 드는 북유럽 국가 내 관습법인, ‘얀테의 법’ 중 일부를 소개하고 있다.

  1.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 자신을 중요한 사람이라고 여기지 마라.
  3. 남이 당신에게 신경쓴다고 생각하지 마라.
  4. 남을 가르치려 들지 마라.

그렇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내게 관심이 없다. 만약, 특별한 이벤트로 내게 관심이 쏠리는 듯한 낌새가 보이더라도, 아주 찰나에 불과하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어떠한 사람’으로 보이기 보다는, 가장 나답게 살아가는게 소중한 내 인생에 대한 예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