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

생텍쥐페리는 완벽이란, 무엇하나 덧붙일 수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라고 했다.

어느 시기가 지나면 성장은 새로운 것을 위한 고민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제거하려는 반성에서 시작된다. 삶이 무료하다는 고민에, 흥미를 주는 새로운 것을 찾아보라는 조언이 보편적이지만, 그것은 근본적인 답이 될 수 없다. 영원히 새로운 건 없기 때문이다. 먼저 해야할 일은 뺄 것이 없는지 나를 근본적으로 되돌아보는 것이다.

내게도 뺄 것은 많다. 이제는 내 옆에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 없는 사람과의 과거를 회상하는 시간,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면서 있어 보이기 위해 허덕이며 산 고가의 악세사리, 원만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유지하고 있는 억지스런 인간관계, 즐겁기 보다 스트레스가 되면서도 지금까지 한 것이 아까워 그만두지 못하고 있는 취미, 언젠가 쓸거라는 다짐을 수 년째 하고 있지만 한 번도 창고 밖으로 꺼낸 적 없는 물건 등. 내가 만들었지만 나를 갉아먹고 있는 대표적인 것들이다.

무료하다는 것은 어쩌면, 새로운 것 없이 쳇바퀴 같은 삶에 지루해진 것이 아니라, 오랜시간 동안 근본적인 고민 없이 이것 저것 붙여 놓고 감당할 능력이 부족해졌지만 과감하게 떼어내버리지 못하고있기 때문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