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쁨을 벼슬 삼는 경우가 잦다. 적어도, 내가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공간에서는 그렇다. 나도 바쁨을 무심과 무례의 프리패스 변명거리로 착각한 적이 있다. 바쁘다는 말이면 다 될 줄 알았고, 고민 없이 바쁘다는 말을 입에 달았다.

내가 아는 한, 바쁨의 근본적인 원인은 거의 내 결정/욕심/우유부단/무능력 중 하나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바쁨은 사랑하는/좋아하는/가까운 사람에게 무관심하고 그들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것, 사랑하지도/좋아하지도/가깝지도 않은 사람에게 제멋대로 행동하는 것을 정당화하는 사유로 자주 악용된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을 놓쳤을 경우, “너무 바빴어.” 또는 “정신 없었어.” 보다, “관심 밖이었어.” 또는 “중요하지 않았어.” 라고 말하는 것이 적어도 비겁하진 않고, 더 비겁하지 않으려면 관심 밖에 두어 중요하지 않게 생각할 일을 욕심내어 만드지 말아야 한다.

바쁘다는 말. 이것에 관해 우리는 굉장히 깊이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