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겨울, 40일동안 배낭메고 혼자 유럽을 여행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오토바이를 빌려 신나게 쏘다니던 중 사고가 났고, 경찰에게 오토바이까지 빼앗겼다( » 관련 diary post). 억울한 마음과 쩔뚝이는 다리를 부여잡고 람브라스 거리 벤치에 앉았다. 한참을 멍때리다 맞은편 벤치에 앉은, 남매지간으로 추정되는 소년과 소녀가 보였다. 참 예뻤다. 누나는 동생이 추울까 외투의 지퍼와 장갑을 연신 추켜올려 주었고, 웃으며 대화를 나눴다.

내 동생이 보고싶었다. 이런 감정은 내 안에서 드물게 나타나는, 아주 깊숙히 잠재된 감정이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나는 다정하게 내 동생의 외투 지퍼를 만져준 적이 있던가. 나는 동생이 행여 추울까 걱정한 적은 또 있던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한참을 바라봤다. 그리고는 그들이 벤치에서 일어나고, 나는 그 감정을 담고 싶어 뒤에서 몰래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다정한 누나가 되어야겠다는 감정도 그들이 눈에서 멀어지며 함께 사라졌다.

보통 우리 남매의 카톡 또는 대화는 매우 짧다. 맛있는 걸 먹는 사진을 보여주거나 무언가를 자랑하면, 답은 “올”(끝). 일정에 지쳐 힘들거나 아파서 엄살부리면, 답은 “‘ㅉㅉ”(끝). 하지만 나는 이런 절제된 감정 표현도 그만의 매력이 있다고 정당화하며, 다정한 누나되기에 계속 실패하는 중이다.

그 때 찍었던 사진을 사법연수원 사진콘테스트에 출품하여 장려상을 수상했고, 다시 한 번 연수원로비에 걸린 사진을 보며 그 때의 감정이 떠올랐다. 다정한 누나되기에 거듭 도전하겠다는 의미로 부상으로 받은 해피머니를 동생에게 줄까 잠시 고민했으나, 나도 사야할 책이 많아 굳이 그러지 않기로 했다. 아석이 미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