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Juniper Tree, 노간주나무 – Brother Grimm, 그림 형제

그림 형제의 동화집은 1812년 초판 출간 후, 160개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그림 형제가 독일의 여러 민담을 모아 집필한 그림 동화집은, 초판의 86개 민담 중 일부에 과도하게 잔인하고 음란한 콘텐츠가 담겨 있다는 이유로 어린이용 동화책으로 부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그림 형제는 일곱 번에 걸친 개정판을 출간하며, 성적인 내용 또는 잔인한 장면을 순화하거나 삭제했다. 그러나, 초판부터 개정 7판까지 큰 변화 없이 잔혹한 민담이 있는데, 47편 노간주나무(The Juniper Tree, Von dem Machandelboom)다.

김윤아 씨의 소극장 공연 ‘노래가 슬퍼도 인생은 아름답기를’ 에서 두 번째 곡은, 2집 솔로 앨범 ‘유리가면’의 10번째 track ‘증오는 나의 힘’이었다. 그리고 김윤아 씨는 이 노래를 부르기 전, 그림 형제의 동화, 노간주나무에서 죽은 아들이 새가 되어 부른 노래를 읊었다.

노래의 가사는, ‘증오한 덕에 난 아직 살아있다’는 것이다. 증오가 힘이 될 수도 있겠지만, 분명 증오하기 위해 이미 엄청난 힘을 소진하지 않았을까.


[노간주나무 – 그림형제]

옛날 사이가 좋은 부부가 살았는데, 두 사람 사이에는 아이가 없었다. 부부가 살던 집 앞마당에는 노간주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부인은 나무 아래에서 사과 껍질을 깎다 손가락을 벤다. 부인의 피는 한 겨울 나무 아래 쌓인 눈에 떨어진다. 부인은 땅에 떨어진 피를 보며 피처럼 붉고 눈처럼 새하얀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말한다. 얼마 뒤 부인은 남자아이를 낳지만 출산 충격으로 죽음을 맞이한다. 남편은 부인의 살아생전 유언에 따라 노간주나무 아래 사랑하는 부인을 묻는다.

부인의 죽은 후 남자는 새 아내를 맞이하고, 둘 사이에서는 딸이 태어난다. 새엄마는 남편과 전처 사이에 태어난 아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겼지만, 자신의 딸은 소년을 잘 따르며 사이가 좋았다. 소년의 집에는 사과 등 식품을 보관하는 철 자물쇠가 달린 큰 상자가 있었는데, 계모는 전처의 아들을 상자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소년에게 상자 속 사과를 하나 꺼내달라고 하는데, 소년이 사과를 찾기 위해 상자에 머리를 넣는 순간 새엄마는 강한 힘으로 덮개를 닫는다. 이와 함께 소년은 목이 떨어져나가며 그 자리에서 죽는다.

계모는 소년의 몸을 의자에 앉히고 머리를 올린 뒤 하얀 천으로 떨어져 나간 목을 감아 고정시킨다. 자신의 살인죄를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 씌우기 위해서다. 집에 돌아온 딸은 오빠가 죽은 줄도 모르고 말을 걸었지만 대꾸가 없었다. 엄마의 요구에 따라 오빠의 빰을 때리는데, 그 순간 소년의 머리가 굴러 떨어진다. 계모는 겁에 질린 딸을 달랜 뒤 소년의 몸을 토막낸 후 살을 발라 스튜를 만든다.

 

집에 돌아온 소년의 아버지는 아들이 집에 없는 이유를 묻지만, 친척 집에 갔다는 대답을 듣는다. 이후 아버지는 식사로 나온 스튜를 맛있게 몇 그릇을 먹는다.

오빠의 죽음으로 슬픔에 가득 찬 여동생은 오빠의 뼈를 모아 비단 천으로 감싼 뒤 노간주나무 아래에 뭍는데, 그 때 오빠의 뼈가 아름다운 새로 환생한다. 새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른 뒤 하늘 높이 날아간다. 새가 된 오빠의 노랫소리에 여동생은 비로서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새가 된 소년은 귀금속 세공 기술자의 집으로 날아가 “어머니가 나를 죽이고 아버지가 나를 먹었네. 여동생이 내 뼈를 비단 천에 감싸 노간주나무 아래에 묻었네“라는 노래를 부른다. 금세공 기술자는 새에게 노래를 한 번 더 들려줄 것을 부탁하자 새는 금목걸이를 요구한다. 기술자는 아름다운 노랫소리를 들을 욕심에 금목걸이를 흔쾌히 건넨다. 새는 구두 가게로 날아가 같은 노래를 부른다. 새의 아름다운 노래에 반한 구두 장인은 새에게 빨간 구두 한 켤레를 선물한다. 새는 방앗간으로도 날아가 노래를 부르고 노랫 값으로 맷돌 하나를 받는다.

금 목걸이와 빨간 구두, 맷돌을 얻은 새는 자신이 살던 집으로 날아가 같은 노래를 부른다. 아름다운 노랫소리에 반해 소년의 아버지가 집을 나서자 새는 금 목걸이를 선물한다. 여동생에게는 빨간 구두를 준다. 노랫말을 듣고 겁에 질린 계모는 밖으로 나가려고 하지 않지만, 남편이 금 목걸이를 받고 딸이 빨간 구두를 받는 것을 보며 마음을 바꾼다. 새는 그때를 놓치지 않고 새엄마의 머리 위로 무거운 맷돌을 떨어뜨리고, 맷돌에 깔린 계모는 몸이 뭉개져 즉사한다.

그 때였다. 계모가 죽은 자리에서 불빛이 피어 오르고, 그 빛 속에서 새가 된 소년이 사람의 모습으로 환생한다. 자신을 죽인 계모에게 복수하고 일상의 평온을 되찾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