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이맘 때

1년 전 이맘 때, 나는 사무실에서 함께 일하는 선배 변호사님들에게 휴직으로 자리를 비우게 된다는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당시 나는 내 몸 하나 건사하기에도 버거운 상태였지만, 아픈 것이 큰 죄인 것 마냥 마음의 짐까지 지고 있었다. 그런 마음의 짐을 질 용기가 나지 않는데다, 나 스스로 만든 고비임에도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이 고비만 넘기면 괜찮을거라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휴직을 결심하기까지 수 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썼다. 현명하고 단호하게 결정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몸과 마음은 엉망진창으로 망가졌고, 회복하는데 배의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 관해서, 내가 한 결정에, 진짜 내가 중심이 된 적이 몇 번이나 될까. 선택의 기로에서 크고 작은 결정을 하며 내가 우선적으로 고려해 온 것은, 내가 아니라 나 자체의 소중함에 비하면 하찮은 내 reputation 또는 내 이름 아래에 새겨질 career 같은 것들일지 모른다. 그러면서도, 그것들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한다고 여기기에는 자존심이 상하니, 위선적으로 ‘미래의 나’를 위해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세뇌시키며 매 순간 당시의 내 희생을 강요했다.

얼마 전에, 어느정도 나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되는 친구가 내게 말했다. “변호사님은 스스로 본인을 잘 알고 사람도 잘 본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고 사람 볼 줄도 몰라요.

맞는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해 온 결정들이 당시에는 최선이었겠지만, 지금와 돌이켜보았을 때 조금 더 현명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 드는 것을 보면, 지금의 나도 몇 년 후 내 관점에서는 상당히 불완전하고 때로는 비합리적일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그나마 최선의 사고를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여러가지 것들을 천천히 단단하게 다져두어야 한다. 그래야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내가 희생을 분담할 수 있는 현명한 절충안도 찾을 수 있겠지.